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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화계의 살아있는 역사인 박범훈이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문화올림픽을 표방했던 아시안게임(1986)과 서울올림픽(1988)의 음악 총감독을 맡아 개막곡을 작곡하며 대회의 성공을 이끌었던 그다. 당시 박범훈 감독은 한국의 소리를 아시아인이 이해하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어 우리 음악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일월드컵(2002)에서도 축제의 막을 올리는 음악을 만들어 다시 한 번 세계인을 국악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던 박 감독이 기초지자체 국악관현악단의 예술감독으로 임용됐을 때 국악계에서는 ‘의외’라고 바라봤지만, 박 감독 자신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한다.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임용장을 시장님에게 받는 자리에서 ‘중앙대 총장이 됐을 때나 대통령실 교육문화수석으로 임명됐을 때보다 더 영광스럽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겉치레가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평택의 초대 국악관현악단을 맡은 건 제겐 가슴 벅찬 일입니다.”
박범훈 감독이 이렇게까지 표현하는 건 그의 스승이자 우리나라 국악관현악의 시조인 지영희(1909~1980) 명인이 평택 출신이기 때문이다. 지영희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시나위’의 유일한 예능보유자로, 해방 이후 국악의 교육과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입에서 입으로 내려온 국악을 오선지에 표현하고 국악기를 개량하는 등 국악 교육 체계를 새로 만들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했다.
“지영희 선생님은 국악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분입니다. 특히 국악관현악단 창단은 우리 음악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영희 선생님이 국악관현악단을 만든 뒤 시립, 국립 관현악단이 만들어졌죠.
그리고 지영희 선생님의 고향인 평택에서도 국악관현악의 역사가 이제 시작되려 합니다. 지영희 선생님이 꽃 피운 국악관현악을 그의 고향에서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국악 역사 한 페이지에 참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영희의 수제자로서 일종의 사명감으로 예술감독직을 맡은 박범훈 감독은 평택의 소리를 아시아와 세계의 소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평택은 과거 부농들이 많아 고을마다 농악이 성행했던 곳입니다. 광대 예술인들도 평택에 몰려들었죠. 남사당패가 안성 바우더기보다 평택에 더 많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평택을 국악의 뿌리로 볼 수 있습니다. 지영희 선생님이 평택 출신인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죠.
지금도 전해지고 있는 농악, 민요 등에서 평택만의 소리를 뽑아내 이를 국악관현악으로 승화할 것입니다. 벌써 최고의 작곡가들이 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평택의 소리를 아시아와 세계에 알려 나가겠습니다.”
국악 대중화에도 노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전통음악은 역사 속에서 내려와 생활화가 돼야 하는데 우리 국악은 일반인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심도 멀어지고, 이해도 안 되고, 어려워지니 ‘지루한 음악’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이 일반인들 눈높이에도 즐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국악을 바라보는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끝으로 박 감독은 관현악단 창단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과 평택시민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에 모든 국악계 젊은이들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평택시, 평택시의회, 평택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마음 단원들 모두 잊지 않고, 평택의 위상을 높이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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