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성매매집결지 폐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폐쇄된 지역을 ‘기억 공간’으로 재창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원시가 ‘제26회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7일 ‘2021 수원역성매매집결지를 다시 생각하다 : 여성, 인권, 공간 새로운 길을 찾다!’를 주제로 연 포럼에서 주제 발제를 한 황경란(충북여성재단 연구위원) 박사는 “성매매집결지는 여성폭력의 대표적인 공간이자 반복하지 말아야 할 ‘기억의 공간’이기도 하다”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라도 해당 공간을 기억의 공간으로 재창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집결지 폐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성 착취 구조 안에서 폭력 피해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은 주체로 복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원시 주최하고,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 주관해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황경란 박사,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의 주제 발제, 주제토론으로 진행됐다.
“‘착취에서 인권으로’ 젠더 거버넌스를 통한 성매매집결지 선미촌 해체와 재구성”을 주제로 발표한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센터장은 “성매매가 ‘여성의 인권을 착취하는 성 불평등에 기반한 젠더폭력’이라는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며 “그럴 때 지역사회의 인권 감수성이 향상되고, 왜 집결지가 해체돼야 하는지 분명한 목적의식이 공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집결지의 해체와 재구성은 수요차단을 통한 성평등한 지역사회로 변화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토론에는 변정희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대표, 정선영 수원여성인권돋음 상임대표, 최영옥 수원시의회 의원, 이종희 지역주민연대 대표, 정종훈 수원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김상연 김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유은철 수원역가로정비사업팀장이 참여했다.
이종희 지역주민연대 대표는 “수원역성매매집결지가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청소년통행금지구역’ 표지판이 사라지는 날이 진정한 폐쇄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원역성매매집결지가 있었던 곳은 유모차를 끄는 아기 엄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인권, 공간 새로운 길을 찾다!’를 주제로 토론한 최영옥 수원시의회 의원은 “수원역성매매집결지가 있었던 곳은 시민들이 소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집결지 정비’를 주제로 토론한 정종훈 수원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시민사회와 충분한 논의와 협력을 거쳐 수원역성매매집결지가 있었던 곳을 주민과 상인,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집결지가 있었던 지역이 인권·성평등·환경·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내 모든 성매매업소는 지난 5월 31일 밤 자진 폐쇄했다.
수원시는 2019년 12월 ‘수원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해 8월에는 ‘수원역 집결지 성매매피해자 현장상담소’를 개소하는 등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수원역성매매집결지 내에서 탈성매매를 희망하는 여성에게는 생계비, 주거비, 직업 훈련비를 1년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