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스티브 비건(Stephen Biegun)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 관세 대응 및 북핵 문제 등 주요 외교 현안을 논의했다. 이 회동은 1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미시간대학교 포드 공공정책대학원(포드스쿨) 강의실에서 이뤄졌다.
이번 만남은 당초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전격적인 회동으로, 48시간 동안 숨가쁘게 이어진 김 지사의 ‘관세 외교’ 일정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 “한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 협상 여지 남아있다”
비건 전 대표는 김 지사와의 대화를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 중 하나이며,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주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사실상 미국산이며, 이는 관세를 낮추는 데 있어 매우 설득력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건 전 대표는 또한 "시장이나 여론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경우, 협상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도 전략적 접근을 통해 관세 이슈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경기도지사와 미시간 주지사 협력 시, 세계 톱5 자동차기업 의견 결집 가능”
김동연 지사는 이 자리에서 전날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이끌어낸 ‘4개항 자동차 관세 대응 전략’ 합의 내용을 공유했다. 이에 대해 비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와 미시간 주지사가 협력한다면, 세계 10대 자동차 기업 중 톱 5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회담 성과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 북핵 문제 논의… “북한, 현 시점서 대화 의지 의문”이날 회동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김 지사가 “북한과의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현 시점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비건 전 대표는 “김정은이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소통에 나설지 의문”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국제 정세 변화가 있어야 북한도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 김 지사·비건, 미시간대 동문… “미시간대 만세” 훈훈한 장면도두 사람은 미시간대학교 동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날 회담 장소도 미시간대 포드스쿨 강의실로 정해졌으며, 대화 도중 포드스쿨 학장이 직접 찾아와 “양국 정부에서 활약 중인 졸업생 두 분이 여기서 다시 만나시다니 정말 멋지다”며 “미시간대 만세!”라고 외쳐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비건 전 대표는 “대북정책 특별대표 시절부터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직접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김 지사의 대선 출마 경력도 언급하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 김동연 지사, ‘단기필마’ 48시간 숨가쁜 방미 일정 마무리김동연 지사는 이번 미국 방문 기간 동안 총 10명의 미니 대표단만을 이끌고 사실상 ‘단기필마’로 외교전을 펼쳤다. 경기도청 간부진 중에는 유대종 국제협력특보(전 프랑스 대사)와 대변인 2명만이 동행했으며, 수행비서 및 실무진까지 포함해 최소 인력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미국 방문의 핵심 일정은 다음과 같다:
현지 진출 한국 기업 9개사와 간담회
자동차 부품 및 소재 기업 등과 만나 관세 관련 애로사항 청취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회담
경기도-미시간주 간 자동차 관세 대응을 위한 4대 전략적 연대 방안 합의
스티브 비건 전 미 국무부 부장관 회동
북핵 문제와 함께 포드 전 부사장으로서 자동차 관세 문제에 대한 전략 조언 수렴
■ “미국 내 자동차 관세 협상, 여전히 여지 있어… 경기도가 주도하겠다”김 지사는 이번 방미 결과를 종합하며 “관세 문제는 경기도와 미시간주 모두에게 중요한 현안이며,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 등 실질적인 해결책을 바탕으로 협상 여지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12일(한국시간)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