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저렴한 난방용 등유와 경유를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팔거나, 의무사항인 가격 표시를 하지 않고 인근 주유소보다 비싼 가격으로 석유를 판매하는 등 불법으로 석유를 취급한 주유업자들이 경기도 특사경에 적발됐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5월부터 6월까지 한국석유관리원과 공조해 석유제품 불법유통 행위 수사를 벌인 결과 가짜석유 불법 제조와 세금탈루, 등유 변칙판매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6명을 검거해 1명은 검찰에 송치하고 5명은 형사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가짜 석유와 과세자료가 없는 무자료 거래 등의 방법으로 불법 유통시킨 석유제품 유통량은 총 254만 리터로 200리터 드럼통 1만3천 개 분량이다. 이는 시가 53억 원 상당에 이르며, 무자료 거래로 탈세한 세금은 4억3천만 원에 달한다.
위반 내용은 ▲판매가격 표시 없이 주유소 운영. 석유 불법 이동 판매 1명 ▲무등록업자와 무자료 거래로 부당이득 및 세금 탈루 3명 ▲난방용 등유와 경유와 섞어 가짜 석유 불법 제조·판매 1명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저장탱크를 이용해 덤프트럭에 등유 변칙 판매 1명이다.
주요 사례를 보면, 주유업자 A씨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상 판매가격 표시가 의무인데도 가격 표시 없이 인근 주유소 경유 판매가격 대비 리터당 최대 300원까지 비싸게 판매했다. 또 탱크로리 차량으로 도내 건설 현장 등을 방문해 경유 88만1천 리터를 불법 이동판매했다. A씨는 두 개의 위법행위를 통해 18억5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유업자 B씨 등 3명은 무등록업자로부터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경유 143만 리터를 무자료 현금거래로 불법 구매해 판매하면서 30억1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세금 4억3천만 원을 탈루했다. 특히 B씨는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등록사업자와 정상 거래를 한 것처럼 허위로 석유수급 상황자료를 작성해 석유관리원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석유판매업자인 C씨는 주유소 탱크로리(석유 이동 판매 차량) 저장탱크에 가격이 저렴한 난방용 등유 70%와 경유 30%를 섞은 가짜 석유 22만 리터를 제조했다. 이후 서울과 경기도 건설 현장 일대를 돌며 덤프트럭, 굴삭기, 펌프카 등에 이동 판매하는 수법으로 4억6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가짜 석유는 대기 오염을 일으키고 인체 유해 물질을 배출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대형공사 건설 현장의 덤프트럭, 굴삭기 등 중장비에 주유할 경우 대형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밖에 주유업자 D씨는 차량에 주유하면 안되는 등유를 단속을 피해 변칙판매하다 적발됐다. D씨는 덤프트럭 기사가 소유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저장탱크에 등유를 공급하고, 덤프트럭 기사가 이를 자신의 덤프트럭에 재주유하는 방식으로 등유를 판매했다. D씨는 이 같은 변칙 판매 수법으로 총 5천 리터를 판매해 5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르면 가짜 석유를 제조하거나 보관 및 판매한 자는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정량미달 판매, 무자료 거래 및 등유를 연료로 판매한 자는 최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위반 사업장은 관할관청으로부터 사업정지 또는 과징금, 영업장 폐쇄 등의 행정처분도 받게 된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석유 불법유통 사범들이 기승을 부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석유관리원과 석유 유통업계에 대한 현장 단속을 계속해 석유제품 불법유통이 근절될 수 있도록 수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