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광주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입니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그것이 ‘9.19 평양공동선언’입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제거하고 적대관계를 해소하며, 남북 교류협력을 증대하고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당시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키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9.19 평양공동선언’을 기념하는 이번 행사는 ‘한반도평화공동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 및 주관을 맡았습니다. 추진위에는 포럼 사의재(상임대표 박능후 전 복지부장관), 노무현재단(이사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한반도평화포럼(이사장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 및 지자체(광역은 경기, 전남, 광주)가 참여했습니다.
김동연 지사는 오늘 기념식 축사에서 “6년 전 오늘 우리 (문재인)대통령님께서 평양에서 9.19 평양공동선언하실 적에 저는 평양을 가질 못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날 대통령님께서 공동선언하시는 그 시간에 저는 군산에 가 있었다”면서입니다.
김 지사는 “당시 군산은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고, 한국GM 철수에 따른 공장폐쇄가 결정돼서 상당히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였다. 군산에 가서 GM 협력사를 방문하고,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협력사들과 노동자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군산 포함 몇 개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선언하시던 그 시기에 저는 군산에 있었다”고 부연한 뒤 비화(祕話)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그 직후(9.19이후) 대통령님께 조선산업 발전 방향과 일자리 대책 보고를 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대통령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여러사람 있었을 때 하신 말씀이 아니고 둘이 잠깐 서서 나지막히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앞으로 남북경제협력회담이 진행될텐데 부총리께서 수석대표 역할을 해야될 가능성 많으니까 준비를 해주기 바랍니다’라는 말씀을 (문재인 대통령이) 제게 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김 지사는 “(대통령 말씀에)가슴이 설렜고, 나름 경제를 총괄하며 준비를 했었으나 기회(남북경제협력회담)가 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 때의 6.15남북공동선언, 노무현 대통령때의 10.4 남북공동선언, 문재인 대통령때 4.27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열거한 뒤 “역대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어달리기를 해왔는데 이어달리기가 지금 멈췄다. 멈춘 정도가 아니라 역주행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은 부정되고 있고, 선출된 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민생경제는 파탄인, 개탄스러운 현실을 맞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김지사는 “한 2주전 저희가 DMZ 평화콘서트를 임진각에서 열었다. 6년 전 4월 평양에서 남북예술인들이 모여 함께 공연하면서 제목을 ‘봄이 온다’로 했고, 가을에 서울을 방문해서 ‘가을이 왔다’는 제목으로 공연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저는 2주 전 임진각에서 1만 5,000명의 국민들이 모인데서 DMZ평화콘서트를 하면서 ‘가을이 왔다 공연의 사전공연’이라고 선포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김 지사는 “(남북 평화콘서트가 다시 열린다면 제목을)‘가을이 왔다’로 해야할지 ‘봄이 다시 온다’로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경기도가 중심이 되어 준비하겠다는 다짐을 9.19평화선언 6주년 맞아 ‘단단하게’ 해본다”고 했습니다.
오늘 김 지사는 축사 말미에 ‘멈출 수 없는 꿈’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다시한번 꿈을 꿔본다. 멈출수 없는 꿈. 비핵화와 군사충돌 방지를 넘어서 남북경제협력 회담까지 준비하라고 하셨던 그 꿈”이라면서입니다.
기념식에선 김동연 지사 외에 김희중 대주교,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영상축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도 축사를 했습니다.
축사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한반도 상황이 무척 엄중하고 위태롭다. 9.19 군사합의가 폐기되었고. 남북간에 오물풍선과 대북확성기 방송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이 시작됐다. 한걸음만 삐끗하면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런 뒤 “남북당국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당장 대화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미국 대선이후 새정부 출범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던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런뒤 “우리가 과거처럼 패싱 당하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대화를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은 달라진 협상전략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 높다”면서 “지난 정부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 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우리 입장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해선 한미간 보다 긴밀한 협상전략의 공유와 공조가 필요한다.
비핵화의 해법과 평화프로세스도 새롭게 설계해야할지 모른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국가로 규정하고 나섬에 따라 기존의 평화담론과 통일담론도 전면적 재검토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 문 전 대통령의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할 일들이나 현정부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문 전 대통령은 지적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오늘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시민들이 감당하지 않으면 안된다. 9.19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을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확장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 힘을 모아나가는 것이 진정한 계승일 것”이라면서 문 전 대통령은 기념사를 마무리했습니다.